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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추천

영화 ‘승부’ 리뷰“스승과 제자의 바둑 한 판, 그 너머의 이야기”

by torrymang 2025.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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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몰라도, 바둑을 사랑하게 되는 영화.
이병헌과 유아인, 두 배우의 밀도 높은 연기가 맞붙은 영화 ‘승부’는 한국 바둑계의 두 전설, 조훈현과 이창호의 실화를 그려냅니다. 단순한 승패가 아닌, 삶과 관계, 시대의 흐름을 담아낸 이 작품은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죠.

줄거리 요약

조훈현은 국민적인 스타였습니다. 국내 최초로 세계 바둑 대회에서 우승하며 바둑계를 넘어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되었죠.
그리고 그 곁엔 어린 제자, 이창호가 있었습니다. 조용하고, 예의 바르고, 승부에 냉정했던 소년은 어느새 스승을 위협하는 존재로 자라납니다.

영화는 이들이 처음으로 맞붙는 사제 대결부터, 서로를 향한 복잡한 감정과 내면의 갈등을 밀도 있게 보여줍니다. 조훈현은 패배 이후 슬럼프에 빠지지만, 이창호 역시 스승을 이겼다는 감정에 마냥 기뻐할 수 없죠.
‘승부’는 결국 상대가 아닌 자기 자신을 이겨내는 이야기입니다.

 

조훈현, 바둑계의 황제

조훈현은 1953년 전라남도 목포에서 태어난 한국 바둑의 살아 있는 전설입니다.
그는 단 9세 7개월의 나이에 프로 기사로 입단하면서 ‘최연소 입단 기록’을 세웠고, 일본의 바둑 명문가 세고에 겐사쿠 9단 문하에서 바둑을 배웠습니다.

1972년 귀국 후 국내 바둑계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며, 수많은 국내 타이틀을 차지했죠.
특히 1989년 제1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한국 바둑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가 거둔 통산 기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 국내 타이틀 최다 보유 (160여 회)
  • 최다 연속 우승 기록
  • 프로기사 승률 1위에 오르기도

조훈현은 단순히 실력만 좋은 기사가 아니라, 한국 바둑의 스승 같은 존재로 존경받아 왔습니다.
은퇴 이후에는 국회의원으로도 활동하며 문화·교육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기도 했죠.

“이창호에게 진 날, 내가 바둑 인생을 완성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 조훈현, 한 인터뷰에서

이창호, 무적의 사나이

이창호는 조훈현의 유일무이한 제자이자, 스승을 넘어선 존재로 불립니다.
1975년 전라남도 전남 흑산도에서 태어난 그는 11세에 입단하여 프로 세계에 들어섰고, 13세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죠.

그의 바둑 스타일은 조용하지만 강하고, 정확하면서도 계산적인 ‘수읽기’로 유명합니다.
때문에 ‘돌부처’, ‘무적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한국 바둑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었습니다.

📌 주요 기록:

  • 세계 바둑 대회 최다 우승 (총 17회)
  • 국내외 통산 승수 1위
  •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까지 세계 1위 랭킹 유지

그는 조훈현을 스승으로 두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를 가장 넘기 힘든 산으로 여겼고,
스승을 넘기 위해 밤새 바둑판을 껴안고 연구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스승님을 이기기 위해 하루에 16시간씩 바둑을 봤어요. 하지만 이기고 나서, 왜 그렇게 슬펐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 이창호, 언론 인터뷰 중

 

 

조훈현 vs 이창호, 바둑계의 전설들

조훈현은 말합니다.

“나는 제자한테 진 게 창피하지 않아요. 내가 키운 제자가 나를 이긴 거니까요. 그걸로 내 바둑이 완성됐다고 느꼈어요.”

 

실제로 그는 이창호를 ‘바둑을 하기 위해 태어난 아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죠.
그만큼 재능을 인정했고, 그 승부에 있어서도 진심이었습니다.

이창호는 이렇게 말합니다.

“스승님을 이기기 위해 하루에 16시간씩 바둑을 봤어요. 하지만 이기고 나서, 왜 그렇게 슬펐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둘은 승부 앞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기사였지만, 속마음은 누구보다 치열했습니다.
영화는 그 조용한 긴장을 깊이 있게 담아냅니다.

 

배우들의 연기, 시대의 디테일

이병헌은 조훈현 특유의 말투와 눈빛을 놀라울 정도로 재현했고,
유아인은 말수가 적지만 눈빛으로 많은 걸 말하는 이창호의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했습니다.

90년대 바둑 붐이 일던 시기의 공중파 대국 방송, 바둑 팬클럽, 담배 연기로 가득 찼던 기원 풍경까지…
그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향수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겐 신선함을 줍니다.

 

바둑 영화가 이렇게 재밌어도 돼?

영화 ‘승부’가 흥미로운 건, 바둑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극적인 스토리와 감정선으로 풀어냈기 때문입니다.
대국 장면 하나하나가 마치 격투기처럼 느껴지고, ‘묘수’가 등장할 때의 긴장감은 스릴러 못지않죠.

관람객 평점도 높습니다.

  • 관람객 평점: 8.54점
  • 네티즌 평점: 9.06점

“이병헌이 바둑을 두는 손만 봐도 감탄이 나왔다”는 관람평처럼,
연기와 연출의 조화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결론: 바둑이 아닌 ‘인생’ 이야기

‘승부’는 바둑에 대한 영화이지만, 본질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입니다.
스승과 제자, 승자와 패자, 과거와 미래가 한 판의 바둑에서 맞붙는 이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마음을 건드릴 무언가를 남깁니다.

조훈현과 이창호는 이제 ‘전설’이 되었고,
그 전설을 스크린에 옮긴 이 영화는 아마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작품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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